시련과 위기를 맞아 경영정상화를 모색하다(1997~2008)

1997년 대한펄프는 순순 한글 화장지 브랜드인 ‘깨끗한나라’를 론칭하며 시설투자에 나서 화장지와 생리대, 기저귀 설비를 각각 준공했으며, 1999년에는 제지 3호기를 준공했다. 2,000억 원이 투입된 제지 3호기는 하루5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최첨단의 자동화 설비로 세계적인 규모였다. 그러나 대단위 투자가 발목을 잡았다. IMF 외환위기가 발발하면서 자금 압박이 거셌고,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급락과 업계의 시설과잉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전력을 다해 국내 최초로 팬티라이너를 개발, ‘매직스 팬시라이너’를 출시하고 성인용 기저귀 사업을 본격화했다. 또 디자인 공모전, 매직스 광고모델 선발대회 등을 개최했으며, 파격적이고 참신한 TV 광고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등 마케팅에 총력을 다해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순수 한글 브랜드 ‘깨끗한나라’ 탄생(1997)

1997년 창립 31주년을 맞은 대한펄프는 31년간 축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21세기 다국적 제지회사’라는 비전을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 그 첫 신호탄이 화장지 브랜드 ‘깨끗한나라’의 론칭이었다.
‘깨끗한나라’는 수십 차례 실시한 시장조사 결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깨끗함’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깨끗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는 콘셉트로 1997년 5월 론칭한 순수 한글 브랜드였다.
그 당시 ‘라라’, ‘루키’ 등 영어식 브랜드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다섯 글자나 되는 순수 한글 브랜드가 어필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깨끗한 경영, 깨끗한 제품’이라는 변하지 않은 회사의 경영방침에 부합하고 타사와 확연히 구별되는 차별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어 최종 상표명으로 채택됐다.

(좌)화장지 브랜드 ‘깨끗한나라’ BI(1997) / (우)현재의 화장지 브랜드 ‘깨끗한나라’ BI(2013년 리뉴얼)

세계 최대 규모의 제지 3호기 준공(1999)

대한펄프는 1997년 3월 ‘21세기 다국적 제지회사’를 비전으로 선포하고, 중장기 경영 청사진인 ‘비전 21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00년까지 약 2,000억 원의 설비투자를 통해 6,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세계적인 종합제지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장치산업 특성상 설비 증설이 필수였으며, 그 핵심설비는 제지 3호기였다. 그해 말 IMF 외환위기가 이 땅을 강타하면서 자금 부담이 커졌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갔다.
1997년 4월 가장 먼저 생리대 5호기를 준공했고, 8월 기저귀 4호기를 증설했으며 11월 화장지 4호기 증설을 완료했다. 제지 3호기는 1998년 12월 준공하고 이듬해 3월 생산을 개시했다. 준공식은 1999년 6월 11일 청주공장에서 업계의 지대한 관심 속에 치러졌다.
제지 3호기는 하루 500톤의 백판지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규모였으며, 원부자재 투입에서 완성품 적재에 이르기까지 전 생산라인이 자동화시스템으로 이루어졌다.

제지 3호기 준공 기념 테이프컷팅(1999. 6. 11)

깨끗한나라 디자인 공모전 개최 (1999)

“미용티슈를 고객이 직접 디자인합니다.” 대한펄프가 1999년부터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해 온 ‘깨끗한나라 미용티슈 디자인 공모전’을 상징하는 문구이다.
제품의 개발단계부터 소비자를 직접 참여시켜 화장지 및 미용티슈의 브랜드인 깨끗한나라의 인지도를 확산시키기 위해 진행한 공모전이었다. 모집부문은 포장디자인과 지기구조 2개 부문이었으며, 전문대 이상 대학생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했다.
제1회 공모전에는 모두 52개 대학에서 117건의 작품이 접수되는 등 대학생들의 참여가 뜨거웠다.
공모전은 매년 출품작이 늘어나고,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이는 매출로도 이어져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제품이 선보이기 시작한 1999년부터 미용티슈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디자인 공모전은 2012년 제13회까지 개최됐다.

제1회 미용티슈공모전 시상식(1999. 2. 22)

은탑산업훈장 수훈 및 1억불 수출의탑 수상의 영예 (2000)

대한펄프는 2000년 11월 30일 무역의 날에 1억불 수출의탑 수상과 은탑산업훈장 수훈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1993년 제지업계 최초로 5천만불 수출의탑을 수상한 지 불과 7년 만의 일이었다.
수출 주력제품인 ‘화이트 호스’, ‘베스트 코트’ 브랜드의 백판지, 컵 원지, 화장지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었다.
대한펄프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 편중됐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꾸준히 수출선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중남미, 러시아, 아프리카까지 진출하게 됐다.

(좌)1억불 수출의탑 수상(2000. 11. 30)/(우)은탑삽업훈장 수훈(2000. 11. 30)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킨 물티슈와 스테디셀러 ‘페퍼민트’ 출시 (2000)

대한펄프는 라라물티슈, 루키물티슈 등을 생산해오다 1995년 아기기저귀 보솜이 론칭을 계기로 아기용 물티슈 생산을 시작했으며, ‘깨끗한 나라’ 브랜드의 물티슈는 2000년 출시했다.
1999년 출시 예정이었으나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자체평가로 출시가 지연됐다. 향이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물티슈 원단은 특유의 냄새를 갖고 있어 파우더향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었다. 대한펄프는 무언가를 첨가하는 대신 ‘기본에 충실하자’는 원칙에 따라 제품개발에 나서 무향 무색의 물티슈를 2000년에 출시한 것이다. 이후에도 제품개발의 원칙은 변함없이 이어졌고, 이것은 대한펄프를 물티슈의 강자로 만든 핵심이었다.
2005년 아기용 물티슈 부문에서 1위에 오른 대한펄프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07년 페퍼민트 추출물이 함유된 물티슈 ‘깨끗한나라 물티슈 페퍼민트’를 출시했다. 페퍼민트는 출시 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물티슈로 자리매김했다

초기의 ‘깨끗한나라 물티슈’

광고계의 불문율을 깬 참신한 마케팅으로 브랜드 파워 강화 (2001)

2001년 3월 생리대 매직스 광고모델로 당시 드라마 ‘엄마야 누나야’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던 탤런트 고수 씨를 기용했다.
가장 여성적인 제품인 생리대 광고모델에 남성을 기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메인카피도 ‘매직스 프린세스라면 그이로부터 선물받고 싶다’로 내세워 여성은 물론 남성의 구매심리를 자극했다.
이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남성모델의 파트너를 찾는 매직스 광고모델 선발대회도 개최했다. 이 모든 것이 매직스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덕분에 2001년 초 10%대에 그쳤던 제품 인지도가 7~8월에는 30%대로 뛰어올랐고, 매직스 광고모델 선발대회가 진행된 9월 이후에는 55%까지 치솟으며 매출 신장률이 21%나 증가했다.

고수가 출연한 매직스 TV광고(2002)

매직스 광고모델 선발대회(2001)

대한펄프가 2001년 9월 개최한 ‘매직스 광고모델 선발대회’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이 대회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던 여성용 위생용품 CF 모델로 남성을 기용해 신선한 충격을 준 CF의 후속편에 출연할 남성모델의 상대 모델을 선발하는 행사였다.
대한펄프가 광고모델 선발대회를 기획한 것은 생활용품의 경우 체험과 구전을 중시해 일반인 모델이 스타 모델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제1회 선발대회에는 전국에서 3,500명이 신청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듬해 열린 제2회 대회에는 지원자가 300%나 늘어 예심에만 1만여 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그러나 이 대회는 2008년 제3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제1회 매직스모델 선발대회 포스터(2001)

ISO 14001 인증 획득(2003)

대한펄프는 깨끗한 환경을 최우선의 미래 가치로 두고 경영을 펼쳐 1992년 환경 마크 획득한 이래 1998년 환경친화기업으로 지정되었고 2002년에 재지정 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2003년에는 ISO 14001 인증을 획득했다. 이로써 대한펄프는 업계 최초로 품질과 환경의 통합 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ISO 14001은 원료조달에서부터 제조, 유통, 판매까지의 전과정에 걸친 회사활동과 제품, 서비스분야에서의 자원소모, 대기, 수질 오염, 진동, 소음 등을 최소화하는 환경경영시스템을 이른다.
국제적인 환경기준을 충족시키는 기업에게만 인증을 부여한다.

환경경영시스템 인증(2003. 5. 27)

소비자 웰빙지수 대상에 빛나는 생활용품 기업의 위상(2005)

대한펄프는 다양한 생활용품 브랜드를 론칭한 후 브랜드 파워를 높여나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고, 이는 수상으로 이어졌다.
1998년 1월 동아일보사와 한국부인회가 공동주최한 한국소비자축제97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제품으로 선정되며 소비자만족대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10월에는 한국 소비자 웰빙지수에서 생활용품 화장지부문과 유아용품 기저귀부문에서 ‘깨끗한나라’와 ‘보솜이’가 각각 1위에 올랐다.
보솜이는 안전성 부문에서도 대상에 올라 두 배의 기쁨을 안겼다.

화장지부문과 유아용품 기저귀부문 한국 소비자 웰빙지수 1위 수상(2005. 10. 20)

윤리경영 선포(2004)

2004년 6월 대한펄프는 윤리경영을 선포했다. 윤리경영은 2000년대 이후 기업경영의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윤 추구 외에 법적, 윤리적, 사회적, 환경 등의 책임이 중요하게 강조되었고, 이를 등한시하거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기업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는 경각심이 일었다.
대한펄프도 2004년 6월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청주공장에서 윤리경영 선포식을 갖고 실천 의지를 다졌다.
윤리경영 선포는 이를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다짐을 대내외에 공포하는 일이었다.
윤리경영 선포에 이어 윤리경영 선언문을 낭독하고, 대표이사를 비롯한 각 사업부 책임자가 윤리경영실천을 다짐하는 사인식을 가졌다.

임직원과의 공유를 위해 발행한 윤리경영서(왼쪽 2004년 초판본, 오른쪽 2020년 최신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