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민 대표이사 취임(1983)

1983년 2월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거쳐 송정범 사장을 고문으로 추대하고 최병민 전무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최병민 사장은 故 최화식 창업주의 차남으로, 대한팔프는 2세 경영인 체제 아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최병민 사장은 창업정신의 계승 발전과 국내 최고 제지기업으로 도약하는데 헌신하겠다는 각오 아래 도전정신, 더불어 함께하는 조직문화, 실천하는 진취적인 자세와 추진력, 업무 역량 강화를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금강제지 인수, 생활용품사업으로 사업다각화(1985)

1985년 대한팔프는 도약과 지속성장의 방안을 찾고자 심사숙고에 들어갔다.
당시 제지업계는 합병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분위기였다. 최병민 사장은 사업다각화에 나설 때라고 판단했다.
결국 대한팔프는 인수 합병을 검토해 1985년 11월 충청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던 금강제지를 인수했다. 비로소 대한팔프는 생활용품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충남 대덕군 신탄진읍에 위치한 금강제지는 연산 3,500M/T의 생산규모를 갖춘 화장지 전문 제조업체였다.
대한팔프의 이름으로 출시될 화장지 브랜드 작업도 진행했다. 1986년 3월 한 달 동안 상표명 공모전을 실시했다.
수많은 공모작이 접수되었는데, ‘라라’를 최종 브랜드로 확정하고 ‘라라 화장지’, ‘라라 티슈’, ‘라라센스’ 3가지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라라’는 러시아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이자 이후 영화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닥터 지바고>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생리대와 아기기저귀로 품목다각화, 생활용품 기업으로 발돋움

1987년 대한팔프는 여성용 생리대 생산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화장지사업의 진행과 함께 생리대 및 아기기저귀 생산을 위한 투자를 병행해 그해 6월 마침내 첫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브랜드는 생활용품 대표 브랜드인 ‘라라’로 통일해 일회용 생리대는 ‘라라센스’, 아기기저귀는 ‘라라마미’로 선정했다.
1988년 8월에는 아기기저귀 ‘라라마미 엘핀스’를 출시했고, 1989년에는 후속 제품으로. 라라마미 엘핀스를 업그레이드한 ‘라라마미 엘핀스 탑슬림’을 출시했다.

대단위 규모의 청주공장 준공(1988)

1980년대 중반에 이르자 기존 공장만으로는 제품의 고급화에 한계가 있고 생산설비가 분산되어 체계적 관리가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제지사업 중심의 의정부공장, 화장지 및 위생용품 중심의 대전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게다가 정부가 공해 관리 기준을 크게 강화하며 도심권 공장의 지방 이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 중에 있었다.
대한팔프는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고 향후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려면 신규 설비 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의정부공장의 지방 이전 및 신규 공장 건립을 결정했다.
공장 부지 확보에 나선 대한팔프는 충북 청원군 강내면 황탄리 일대의 부지를 확보하고, 1986년 4월 착공에 들어가 1988년 1월 준공했다.
250억 원이 투입된 청주공장은 대지면적 17만 8,512㎡(54,000평), 연면적 2만 3,140㎡(7,000평)으로 당시 최고의 규모를 자랑했다.

화장지 업계 최초로 KS마크 획득(1988)

1988년 대한팔프는 화장지 업계로는 처음으로 KS를 획득했고, 이듬해에는 백판지 부문에서도 KS를 받아 전 제품에 대한 품질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화장지 및 백판지업계는 수차례 KS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공업진흥청의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대한팔프는 후발업체임에도 불구하고 1987년 7월부터 약 6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당당히 KS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1989년 4월에는 업계 최초로 일회용 생리대 및 아기기저귀 부문에서 품질보증 Q마크를 획득, 품질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해외로 진출

대한팔프는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수출 확대와 해외 진출을 추진해 왔고, 그 결실은 1987년 미국 LA에 설치한 해외사무소로 이어졌다. LA사무소는 수출시장 다변화에 따른 해외시장 개척과 정보수집, 수입원자재의 안정적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듬해 5월에는 LA사무소를 확대해 독립법인 대한펄프유에스에이(DAEHAN PULP USA INC.)를 설립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탈냉전 분위기와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중국이 유망한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대한펄프는 1991년 홍콩에 지사를 설치했다. 중국과 수교가 체결되기 전이어서 중국 공략의 거점으로 삼고자 홍콩지사를 설립한 것이다. 1994년중국과 수교를 맺자 대한펄프는 곧바로 중국 상해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 1995년 10월에는 상해화안채색제판인쇄유한공사와 화장지생산에 관한 합작회사 설립계약을 체결하고 합작회사인 상해화한지업유한공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 국내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발발하며 중국과의 합작회사를 중국 현지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고자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제지연구소 설립(1989)

1988년 말 수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계속되는 임금 상승으로 부담이 커졌다. 제지업계에 외형적 성장 일변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이즈음이었다. 당시 제지업계는 자체기술 개발에 소극적이었으며, 해외 선진기업의 기술을 도입하는 등 기술 의존도가 높았다. 순수 기술을 축적하며 국내 판지업계를 선도해 온 대한팔프 역시 본사 소속으로 품질관리과를 두고 의정부공장과 청주공장에서 품질관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수준이었다.
기업의 지속 성장과 제지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앞선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한팔프는 1989년 청주공장 내에 제지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조직을 갖추고 10여 명의 연구원을 두었으며 각종 설비 및 장비도 갖췄다. 그해 8월 8일 제지연구소의 현판식을 계기로 업무를 개시했으며, 10월에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제지연구소의 편재를 부사장 직속으로 재편했다. 연구분야는 원부재료의 대체종목 연구, 신제품 개발, 공장 개선, 기술 지도, 에너지 절감 등이었다.

창업 25주년 맞아 ㈜대한펄프로 사명 변경(1991)

1991년 대한팔프는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창업 당시와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백판지 중심의 산업용 포장지를 생산하는 판지기업에서 화장지와 생리대 및 기저귀 등으로 품목을 다각화해 종합제지기업으로 거듭났다.
의정부공장에 이어 1987년 대단위 청주공장을 준공해 제지와 생활용품 일체를 생산할 수 있는 완전생산체제를 갖췄으며, 해외시장도 꾸준히 개척해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등 전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대한팔프는 창립 25주년을 계기로 지속 성장을 꾀하고 시대적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1991년 3월 사명을 대한팔프공업주식회사에서 주식회사 대한펄프로 변경했다.
사명이 변경됨에 따라 기존 로고 및 마크 등 CI를 새롭게 정비했으며, ‘좋은펄프, 대한펄프’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소비자에게 사명 변경을 널리 알렸다.

‘한달에 한번 여자는 마술에 걸린다’ 광고카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매직스’)

대한펄프는 1991년 12월 고급생리대 ‘MDK 매직스’를 출시했다. MDK는 ‘Man Doesn’t Know’의 약자로, 여성에 특화된 제품임을 의미했다. 첫 광고의 헤드라인은 ‘여자의 고민을 해결한 선’이었다.
매직스 패드의 양 옆에 있는 선이 안전선이라는 의미로 생리혈이 새지 않고 안전하다는 뜻을 함축한 카피였다.
1994년부터는 ‘한 달에 한 번, 여자는 마술에 걸린다’로 메인 카피를 교체하고 1995년 광고심의규정이 바뀌면서 생리대의 TV 광고가 가능해지자 국내 유일의 여성 마술사 정은선 씨, 유명 탤런트 김희선 씨 등을 모델로 기용해 CF를 제작, 방영했다.
제품의 광고 카피가 광고계를 강타하면서 제품의 인지도가 높아졌고, 매출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광고 카피는 ‘마술’이 ‘마법’으로 교체되었고, 이 문구는 여성의 생리를 의미하는 상징어로서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철탑산업훈장 수훈 및 5천만불 수출의탑 수상(1993)

1993년 대한펄프는 제30회 무역의 날을 맞아 제지업계로는 처음으로 5천만불 수출의탑을 수상했으며, 최병민 사장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대한펄프는 1993년 한 해 동안 약 5,6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1966년 창업 이래 수출을 사업 목표로 삼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직접 해외로 나가 시장조사를 하는 등 강력한 의지 아래 수출 정책을 펼친 결과였다.
대한펄프는 1975년 국내 최초로 고유 브랜드 ‘화이트 호스’로 홍콩에 직접 수출하기 시작했고 수출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1987년 미국 LA사무소, 1991년 홍콩사무소, 1994년 중국 상해사무소를 설치했다.
특히 1994년에는 ‘베스트 코트’ 브랜드로 일본시장에도 상륙했다. 품질 강국으로 정평이 난 일본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아기기저귀 ‘보솜이’ 론칭(1995)

1995년 2월 대한펄프는 아기기저귀 ‘보솜이’를 론칭했다. ‘보솜이(Bosomi)’는 엄마의 따뜻한 품과 사랑을 상징하는 가슴(Bosom)에 편히 안겨 있는 아이(I)를 합성한 것으로, ‘엄마 품처럼 부드러운 기저귀’를 슬로건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디즈니 캐릭터인 미키와 미니를 도입한 보솜이는 아기들의 활동성과 착용감을 고려해 다리 사이 부분의 폭을 좁게 설계했고, 3중 샘방지시스템과 특수 안심밴드를 채택해 소변이 새는 것을 방지했으며, 초강력 2중 흡수구조로 흡수력을 강화했다.
뿐만 아니라 통기성 필름을 사용하여 아기들이 오랫동안 착용해도 편안하도록 제작했다.
보솜이는 출시 직후부터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는데 이는 부드러운 촉감과 탁월한 흡수력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대한펄프는 보솜이의 자매품인 ‘뉴엘핀스’도 출시했다.

업계 최초로 ISO 9002 인증 획득(1995)

대한펄프는 생산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ISO 9002 인증 획득을 검토했다. ISO 인증은 향후 수출 확대를 위해서도 필요했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 등지의 기업들까지도 인증 획득을 수출자격 기준으로 삼는 등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4년 4월 인증획득추진팀을 구성하고 관리시스템의 재정비와 보완을 통한 생산공정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1995년 4월 최종 본심사를 거쳐 5월 22일 한국품질인증센터(KSA-QA)로부터 ISO9002 인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화장지와 패드부문에서는 국내 최초였으며, 백판지 부문에서는 세림제지에 이어 두 번째였다.